사춘기 아이들과 갈만한 곳으로 닌텐도 게임장에서 온 가족이 함께 게임을 즐기는 모습
사춘기 아이들과 갈만한 곳, 온 가족이 즐긴 닌텐도 게임장

여러분은 휴일에 온 가족이 집에 있는데도, 이상하게 모두 따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본 적 있나요?

“애들이 집에 있긴 한가?”

분명 네 식구가 모두 집에 있습니다. 그런데 방문을 빼꼼 열어보면 아이들은 각자 방에서 친구들과 SNS를 하거나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보고 있습니다. 거실에 나와 있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습니다.

한 공간에 같이 있기는 한데, 우리 가족이 긴 대화를 나누며 함께 웃은 게 언제였나 싶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스무 살만 되어도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겁니다. 아니, 스무 살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고등학생만 되어도 아침 일찍 집을 나서고, 학교와 학원을 돌다 밤늦게 집에 들어오겠죠. 집에서는 씻고 잠자기 바쁠지도 모릅니다.

우리 아들은 이제 중학교 1학년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이들과 무언가를 함께하고, 같은 일로 웃고 떠들 수 있는 시간이 고작 몇 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사춘기 아이들과 도대체 뭘 해야 할까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오히려 갈 곳이 많았습니다. 교육청이나 시·도에서 하는 체험 활동도 많았고, 박물관이나 각종 행사만 찾아봐도 주말 하루를 보낼 곳은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크니 그런 체험 활동에는 점점 흥미가 떨어졌습니다.

카페를 가거나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는 것도 고작 한두 시간이면 끝입니다. 휴일 하루를 온 가족이 함께 보내보려고 하니 생각보다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너희가 하고 싶은 거 골라봐.”

그러자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의 대답은 빨랐습니다.

“닌텐도 게임 하러 가자.”

역시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게임이 제일 먼저구나 싶어 웃음이 났습니다.

사춘기 아이가 고른 가족 나들이 장소는 게임장이었습니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닌텐도 게임뿐 아니라 수십 가지의 보드게임도 즐길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떡볶이와 음료, 스낵 같은 먹거리도 가득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 종일 놀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안에는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친구들끼리 온 학생들부터 연인들, 그리고 우리처럼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까지 다양했습니다. 특히 초등학생부터 사춘기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리고 게임에서 이길 때마다 함성이 터졌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젊은 열기가 확 느껴졌습니다. 저도 괜히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아이들이 좋아하는 팥빙수와 떡볶이를 주문했습니다. 무료 스낵까지 야무지게 챙겨놓고 드디어 닌텐도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고른 건 마리오 게임이었습니다.

자동차 경주부터 테니스까지 종류도 정말 다양했습니다. 두 명씩 랜덤으로 팀을 만들어 경기를 하니 더 흥미진진했습니다.

누가 누구와 같은 팀이 될지도 모르고, 방금 전까지 경쟁하던 사람이 다음 판에는 한 팀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 거기 아니야!”
“빨리! 빨리!”
“와아! 이겼다!”

조용할 틈이 없었습니다.

나는 우리 딸이 이렇게 게임을 잘하는지 몰랐습니다

자동차 경주를 시작했는데 딸이 계속 1등을 했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계속요.

“어? 또 1등이야?”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딸은 게임을 하면 늘 졌습니다. 지면 속상해했고, 가끔 반칙도 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울면서 게임이 끝난 적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달라져 있었습니다.

게임의 흐름을 읽고, 자기 나름대로 이기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지고 있다고 울지도 않았습니다. 다음 판에는 어떻게 해야 이길지 다시 생각했습니다.

딸이 신나서 게임하는 모습을 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얘가 언제 이렇게 컸지.

아이를 매일 보고 있으니 저는 우리 아이를 아주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너무 매일 봐서, 오히려 아이가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늦게 발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어제 모습을 오래 기억합니다.

‘우리 아이는 원래 이래.’

‘얘는 이런 걸 잘 못해.’

저 역시 그렇게 딸을 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제가 기억하는 그 자리에서 이미 한참 앞으로 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 판을 더 하고 알게 된 사실도 있습니다.

우리 가족 중 게임을 제일 못하는 사람은 저였습니다.

하하하.

저는 정말 게임을 못합니다.

늘 느리다고 생각했던 아들은 게임 속에서 날아다녔습니다

이번에는 테니스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넘어오는 공을 재빨리 받아쳐야 해서 순발력이 정말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들이 계속 이겼습니다.

“어? 너 왜 이렇게 빨라?”

저는 평소 아들을 조금 느린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뭐든 천천히 하고 행동도 빠른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게임 속 아들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공이 넘어오자마자 재빨리 받아쳤습니다. 제가 공이 어디 있는지 찾고 있을 때 이미 아들은 다음 공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늘 느리기만 한 줄 알았던 아들이 게임 속에서는 이렇게 날쌘돌이일 줄이야.

그날 저는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계속 발견했습니다.

딸은 생각보다 승부 전략을 잘 세웠고, 아들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상황에 반응했습니다.

아이를 다른 공간에 데려가니, 집에서는 보이지 않던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이기면 이기는 대로 좋아했고, 지면 지는 대로 아쉬워했습니다.

“아! 아깝다.”

“다시 해!”

그러고는 또 웃었습니다.

스스로 전략을 세우고 이기는 방법을 찾아갔습니다. 졌을 때는 결과를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더 이상 제가 기억하고 있던 어린아이들이 아니었습니다.

수십 가지 게임을 두고 우리는 두 가지 게임만 세 시간 했습니다

그곳에는 정말 많은 게임이 있었습니다. 닌텐도 게임도 많았고 보드게임도 수십 가지였습니다.

그런데 거의 세 시간을 놀면서 우리가 한 게임은 자동차 경주와 테니스, 겨우 두 가지였습니다.

왜냐고요?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한 판만 더!”

“이번에는 내가 이길 수 있어.”

승부욕이 생기니 자꾸 같은 게임을 하게 됐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세 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것도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가족 넷이 이렇게 똘똘 뭉쳐 웃고 떠든 게 언제였나 싶었습니다.

같은 화면을 보고 같이 소리를 지르고, 누군가 이기면 억울해하다가도 또 깔깔거리며 웃었습니다.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정말 제 생명이 다 늘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를 이해하고 싶다면 아이가 좋아하는 세계에 한번 들어가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사춘기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게임과 관심사를 함께 경험하고 가족 시간을 만드는 네 가지 방법
사춘기 아이를 이해하는 첫걸음,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하기

아이들을 이해하려면 아이가 좋아하는 문화를 부모도 한번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날 직접 게임을 해보니 그 말이 조금 이해됐습니다.

사실 저는 아이들이 왜 그렇게 게임을 좋아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그게 그렇게 재미있어?”

“맨날 똑같은 게임을 왜 또 해?”

밖에서 보기만 할 때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해보니 알겠더라고요.

이기고 싶었습니다. 한 판만 더 하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

이래서 아이들이 게임을 좋아하는구나.

저 역시 게임이라면 먼저 ‘중독’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직접 해보니 적어도 모든 게임 경험을 똑같은 시선으로 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시간을 했느냐만 따지기보다 그 시간에 아이가 무엇을 느끼는지, 왜 그토록 좋아하는지 조금 더 들여다볼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게임 시간에 대한 약속은 필요합니다.

잠이나 공부, 운동처럼 아이의 일상에 필요한 시간을 게임이 계속 밀어내고 있다면 부모가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겠죠.

하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멀리서 걱정하고 막기만 하기 전에, 가끔은 옆에 앉아 같이 한 판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게임을 막는 부모와 몰래 하는 아이가 되기 전에 말입니다.

적어도 아이가 왜 그것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문 하나는 열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에 닌텐도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우리 집에는 TV조차 없습니다. 거실에서 온 가족이 함께할 만한 것도 별로 없습니다.

그런 우리 집에 닌텐도라….

음.

조금 솔깃해졌습니다.

하하하.

물론 그렇다고 당장 사줄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은 안 되죠.

우리 집에 게임기가 들어오려면 어떤 약속이 필요할지,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어떻게 설득할 건지 이번에는 아이들과 한번 같이 고민해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날 확실하게 알게 된 것도 하나 있습니다.

이제 게임은 애들한테 못 당하겠습니다.

자동차 경주는 딸에게 졌고, 테니스는 아들에게 졌습니다.

완패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하나도 억울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깔깔거리며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정말 제 생명이 다 늘어나는 것 같았거든요.

집에 돌아와서도 자꾸 그날 아이들의 웃는 얼굴이 생각났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세며 아쉬워하기보다,

아직 함께할 수 있는 오늘을 더 많이 써야겠습니다.

오늘도 우리 가족은 행복한 추억 하나를 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