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사랑이 왜 아이에게는 압박으로 전달될까? 사춘기 자녀의 심리를 이해하고 공감으로 대화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왜 아이는 사랑을 압박으로 느낄까?

그날은 쉽게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분명 사랑해서 한 말인데 왜 아이는 사랑으로 듣지 못했을까. 대화가 어디서부터 어긋난 걸까. 생각하면 할수록 답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책도 찾아보고, 아동심리 전문가들의 강연도 몇 개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조금 의외였습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는데도 결국은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부모는 아이에게 자신의 의도를 전하지만, 아이는 부모와 함께 있을 때 느낀 감정을 먼저 기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도 늘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엄마가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이 말에는 부모의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살았으면 좋겠고, 나보다 더 편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부모가 먼저 겪었던 시행착오를 아이만큼은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마음으로 아이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같은 말을 해도 아이는 전혀 다른 마음으로 듣고 있었다는 것을요.

아이 마음속에서는 이런 생각이 쌓이고 있었습니다.

공부를 못하면 나는 실망스러운 아이구나.

성적이 떨어지면 엄마, 아빠는 화를 내는구나.

사랑받으려면 공부를 잘해야 하는구나.

저는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며 한 말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었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미래보다 지금이 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부모가 어떤 말을 했는지보다, 지금 이 순간 엄마와 아빠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가 더 크게 느껴졌던 거죠.


아이는 왜 그렇게 받아들일까?

생각해 보면 어른들은 시험을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번 시험은 왜 못 봤지?"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시험을 하나의 경험으로 생각하고 원인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는 조금 달랐습니다.

"나는 공부를 못하는 사람인가 봐."

처음에는 저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시험을 한 번 못 본 것뿐인데 왜 그렇게까지 생각할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저것 찾아보니 사춘기 아이들은 실패를 결과 하나로 받아들이기보다 자기 자신과 연결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시험을 못 본 것이 아니라 '나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느껴 버리는 것입니다.

이미 마음속에는 "나는 부족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으니, 그 상태에서는 부모가 아무리 좋은 조언을 해도 귀에 들어오기 어렵습니다. 아이는 조언을 듣는 것이 아니라, 또 한 번 자신의 부족함을 확인하게 되는 거죠.


상처받은 마음에는 조언보다 공감이 먼저다

생각해 보니 어른인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큰 실수를 해서 상사에게 혼난 날, 친구를 만났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런데 친구가 앉자마자 "다음부터는 이렇게 해야지.", "왜 그렇게 했어?", "그러니까 미리 준비했어야지."라고 계속 이야기한다면 그 말이 귀에 들어올까요?

아마 대부분은 조언보다 먼저 '내가 그렇게 못났나.' 하는 마음이 들 겁니다. 아이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날 아이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공부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자기 마음을 누군가 먼저 이해해 주는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저도 많이 반성했습니다. 저는 아이를 위로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이가 충분히 속상해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해결책부터 이야기하고 있었더라고요.


부모가 말한 것과 아이가 들은 것은 달랐다

생각해 보면 저도 아이를 혼내려고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날 아이에게 했던 말도 모두 걱정에서 시작된 말이었습니다.

"추울 때 추운데서 일 안 하고, 더울 때 더운데서 일 안 하려면 공부해야 해."

저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현실을 일찍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한 말이었습니다. 공부를 잘하라는 의미보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공부를 못하면 힘들게 살아야 하는구나.

엄마는 내가 그렇게 될까 봐 걱정하는구나.

나는 아직 부족한 아이구나.

같은 말을 했는데도 아이 마음속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되고 있었던 겁니다.

그제야 왜 그날 아이가 제 말을 더 이상 듣고 싶어 하지 않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됐습니다. 아이는 제 이야기를 듣기 싫었던 것이 아니라, 또다시 혼난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부모가 전하고 싶은 마음과 아이가 실제로 받아들이는 마음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부모가 하고 싶은 말 아이가 느낄 수 있는 마음
다 너를 위한 거야. 나는 아직 부족한 아이구나.
공부 안 하면 나중에 힘들어. 나는 잘하고 있지 못하구나.
엄마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엄마는 나를 믿지 않는구나.
왜 그렇게 했니? 나는 또 실수했네.
정신 좀 차려. 또 혼나는구나.

생각해 보면 부모는 사랑을 말하고 있었는데, 아이는 평가를 듣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차이를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우리도 그렇게까지 힘들게 대화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이 일을 겪고 나서 가장 많이 떠올렸던 건 '무슨 말을 해야 할까'가 아니라, '언제 말을 해야 할까'였습니다.

예전의 저는 아이가 속상해하고 있을 때도 어떻게든 해결책을 알려주려고 했습니다. 공부 방법을 이야기했고, 앞으로는 이렇게 해 보자고 조언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는 해결책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자기 마음을 먼저 알아주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다르게 말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험 보고 많이 속상했지?"

"열심히 했는데 원하는 만큼 안 나와서 허탈했겠다."

"엄마도 네 마음이 이해돼."

신기하게도 아이는 이런 말을 들으면 바로 공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조금씩 자기 마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제 말만 하고 끝났던 대화가, 이제는 아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달라진 건 아닙니다. 여전히 화가 날 때도 있고, 저도 모르게 예전처럼 잔소리가 나올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가 했던 말이 자꾸 떠오릅니다.

"엄마, 저는 공부를 포기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 대화를 끝내고 싶었던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아이가 포기하려고 했던 건 공부가 아니라, 계속해서 자신이 부족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사춘기 자녀와 대화할 때 피해야 할 말과 공감 중심의 대화법을 비교한 인포그래픽. 부모의 조언보다 공감이 아이의 마음을 여는 방법을 설명하는 이미지.
아이의 마음을 여는 대화법|조언보다 공감이 먼저입니다

부모도 아이와 함께 배우는 중입니다

예전에는 부모가 정답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더 많이 알려줘야 하고, 더 많이 가르쳐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울수록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사춘기는 아이만 힘든 시간이 아니라 부모에게도 처음 겪는 시간이라는 걸요.

그래서 이제는 완벽한 부모가 되려고 하기보다, 아이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주는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부모는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우리 아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공부 열심히 해."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야."

그 한마디가 아이에게는 어떤 조언보다 큰 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저는 실수합니다. 화를 내기도 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예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를 바꾸려고 하기보다, 먼저 제 말투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사랑은 많이 말한다고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엄마는 내 편이구나.'라고 느끼는 순간 비로소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혹시 지금도 아이와의 대화가 자꾸 엇갈린다고 느끼신다면, 너무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처음 부모가 되어 배우는 중이고, 아이도 처음 사춘기를 지나고 있으니까요.

오늘은 조언보다 공감 한마디를 먼저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생각보다 그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을 여는 시작이 될지도 모릅니다.

💛 이 글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부모님께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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