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아이의 내적동기와 자기주도학습을 키우는 방법 - 선택과 책임, 공부습관 형성, 부모와의 관계와 신뢰
아이 스스로 공부하는 힘, 부모가 만드는 현실적인 방법

아이에게 "엄마아빠를 위해서라도 공부해"라고 했더니, 아이가 "저 항상 그 이유로 했어요. 한 번도 다른 적 없었어요"라고 했습니다. 그 말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는데, 정작 아이의 공부 동기를 처음부터 제가 쥐고 있었던 겁니다.

내적동기가 없는 아이에게 공부를 시키면 생기는 일

내적동기(Intrinsic Motivation)란 외부 보상이나 압력 없이 스스로 원해서 행동하게 만드는 내면의 동력입니다. 반대로 외적동기(Extrinsic Motivation)는 칭찬, 점수, 부모의 기대처럼 바깥에서 주어지는 자극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외적동기만으로 오래 유지되는 학습 행동은 드물다고 봅니다.

저희 아이가 정확히 그랬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시키면 어느 정도 했는데, 중학교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과목마다 쏟아지는 숙제를 뒤로 미루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시작하고, 결국 새벽 1~2시까지 끝내지 못해 울부짖는 날들이 반복됐습니다. 저는 그게 성실함의 문제라고 봤는데, 돌이켜보면 그 전에 아이 안에 "왜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자기만의 답이 없었던 겁니다.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 따르면 아이가 자율성(Autonomy)을 경험할수록 내적동기가 강화됩니다. 자율성이란 자신이 선택했다는 감각입니다. 반대로 부모가 시간표를 짜주고, 앉는 자세까지 지정하고, 중간중간 들어와 확인하는 방식은 아이에게 "이건 내 공부가 아니라 엄마 공부"라는 인식을 심을 수 있습니다. 미국심리학회(APA) 교육심리 저널에서도 자율성이 보장된 환경에서 학습 지속성이 유의미하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아이에게 "엄마아빠를 동기로 삼아라"고 말했던 건,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한 겁니다. 단기적으로는 통하는 것 같았지만, 아이 안에 자기만의 이유가 한 번도 생기지 않았던 거죠. 그 대가를 중학교 때 치르고 있었습니다.

선택과 책임을 주면 아이가 바뀐다는 말, 실제로는 어떤가

"아이에게 선택을 하게 해라"는 말은 자녀 교육 쪽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공부 시간도, 핸드폰 사용 시간도, 학원 수도 아이가 정하게 하면 책임감이 생긴다는 논리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실제로 해보면 어떤가 싶어서요.

아이에게 "오늘 숙제 언제 할래?"라고 물어보면 "이따가요"가 돌아옵니다. 그 이따가가 밤 11시입니다. 그걸 선택이라고 존중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개입해야 하는 건지. 선택을 하게 해놓고 그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그게 선택이 되겠어?" 하고 뒤집어버리면, 그건 선택을 준 게 아닙니다. 결국 부모가 원하는 답을 유도한 것뿐이죠.

선택과 책임이라는 개념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아이가 내린 선택의 결과를 경험하게 해야 합니다. 밤늦게 숙제를 시작해서 새벽까지 고생한다면, 그 피로와 불편함이 아이 스스로 "다음엔 일찍 할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근데 그 과정이 쌓이려면 부모가 매번 구해주지 않아야 하는데, 그게 정말 쉽지 않습니다. 저도 새벽 2시에 울면서 숙제하는 아이 옆에서 그냥 두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선택권을 주는 방식이 단순히 잔소리를 반복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건 경험상 느낍니다. 아이가 "이건 내가 정한 거야"라는 감각을 가질 때 태도가 미묘하게 달라졌습니다. 그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그 방향이 맞는 것 같습니다.

공부습관, 어릴 때 잡아야 한다는 말의 현실적인 의미

습관화(Habituation)란 반복된 행동이 의식적 노력 없이도 자동으로 실행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공부를 매일 하는 아이들의 공통점이 바로 이겁니다. 언제 할지를 고민하는 에너지를 아끼고, 그냥 하게 되는 겁니다.

저도 초등학교 때 숙제만큼은 무조건 해야 한다는 원칙은 세웠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게 제대로 됐냐고 하면 자신이 없습니다. 숙제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체크했지만, 어떤 태도로 했는지까지는 잘 못 챙겼거든요. 10분 앉았다가 햄스터 보러 나오고, 물 마시러 나오고, 화장실 다녀오고. 들락날락하는 아이에게 저는 잔소리로 대응했는데, 그게 오히려 아이를 더 산만하게 만든 건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가 불안하면 자리를 자꾸 뜬다"는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 집중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금 이 과제를 내가 해낼 수 있을지 불안해서 회피하는 행동이라는 겁니다. 저는 그걸 성실성의 문제로만 봤는데, 실제로는 아이가 버거워하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중학교 들어서 갑자기 늘어난 과목 수와 숙제 양이 아이에게 얼마나 부담이었는지, 그때는 제대로 공감을 못 했습니다.

공부습관과 관련해서 제가 지금 달리 하고 싶은 부분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숙제 양을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율해줄 것. 과부하가 걸리면 시작 자체를 포기하게 됩니다.
  2. 시간이나 장소보다 "오늘 이것만 하면 된다"는 단순한 목표를 만들어줄 것.
  3. 하기 싫은 마음을 비난하지 말고, 하기 싫은데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해줄 것.
  4. 잔소리 대신 "다 끝나면 뭐 하고 싶어?"처럼 숙제 이후를 기대하게 만드는 말로 전환할 것.

누워서 공부해도 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저는 여전히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아이가 침대에 엎드려 책 읽다가 그대로 잠드는 걸 여러 번 봐왔기 때문입니다. 바른 자세가 집중력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고요. 그렇다고 앉는 각도까지 지적하면서 잔소리를 하면 공부 의지 자체가 꺾인다는 것도 압니다. 어디서 선을 그을지가 각 가정마다 다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관계와 신뢰가 먼저라는 말, 잔소리가 많은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하나

자녀와의 관계가 좋아야 공부도 된다는 말은 이제 꽤 익숙하게 들립니다. 근데 "관계가 좋다"는 게 구체적으로 뭔지를 생각해보면, 단순히 사이가 좋은 것과는 다릅니다. 아이가 부모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도 공격받지 않는다는 안전감, 그게 관계의 핵심입니다.

저는 아이가 엄마를 편안해하고 안아달라고 자주 온다는 사실에서 아직 관계가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다는 걸 느낍니다. 근데 공부 얘기만 나오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그 순간부터 아이는 방어 모드가 되고, 저는 확인 모드가 됩니다. 이게 반복되면 아이가 공부 자체를 엄마와의 갈등으로 기억하게 될 수 있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연구에 따르면 부모와의 정서적 유대감이 높은 아이일수록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이란 학습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방법을 선택하며, 결과를 평가하는 일련의 과정을 스스로 주도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부모가 옆에서 통제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실패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믿고 지켜볼 수 있어야 합니다.

하기 싫은 마음을 인정해주는 것과,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 상충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이 두 가지가 동시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기 싫지? 엄마도 알아. 그래도 오늘 이것만 하자"라고 말하는 것과, "이것도 못 해?"라고 말하는 것은 전달되는 내용이 같더라도 아이가 받아들이는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 저는 후자를 더 많이 했다는 게 지금 가장 미안한 부분입니다.

아이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키우는 5가지 방법 - 내적동기, 선택과 책임, 공부습관, 부모와의 신뢰, 기다림과 응원

아이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부모의 5가지 현실적인 방법

자주 묻는 질문

Q. 아이가 공부를 자꾸 미루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미루는 행동 자체보다 그 뒤에 있는 불안이나 부담감을 먼저 살펴보시는 게 좋습니다. 해야 할 숙제 양이 아이 입장에서 버거운 건 아닌지 점검해보시고, "오늘 이것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목표를 아주 작게 쪼개주면 시작하는 데 드는 심리적 장벽이 낮아집니다. 잔소리보다 작은 시작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Q. 아이에게 선택을 준다는 게 결국 방치 아닌가요?

A. 선택을 준다는 건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게 아니라, 정해진 범위 안에서 아이가 고를 수 있게 한다는 뜻입니다. "숙제를 할 거야 말 거야"가 아니라 "저녁 먹고 할래, 아니면 지금 할래?"처럼 선택지를 부모가 설정하고 아이가 고르게 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고른 결과를 부모가 바로 뒤집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Q. 내적동기를 심어주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아이가 스스로 "나는 이게 재밌다" 또는 "이걸 잘하고 싶다"고 느낀 경험을 찾아주는 것이 출발입니다. 좋아하는 과목이 수학이라면 수학을 더 파게 해주고,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게 싫다면 그 싫음을 인정하면서도 최소한의 기준만 유지하는 방식이 내적동기를 자라게 합니다. "엄마를 위해 해라"보다 "네가 이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엄마는 알아"라는 말이 훨씬 오래 남습니다.

Q. 아이가 누워서 공부하려는데 그냥 두어도 될까요?

A. 자세에 집착해서 잔소리를 반복하면 공부 의지 자체가 꺾일 수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침대에 엎드린 자세는 실제로 졸음을 유발하기 쉬운 환경이기도 합니다. 소파나 바닥 쿠션처럼 책상은 아니지만 졸음이 덜 오는 환경을 타협점으로 제안해보시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아이가 실제로 집중하고 있다면 자세보다 그 사실을 먼저 인정해주는 게 좋습니다.

Q. 중학교 들어서 갑자기 공부를 안 하려는 아이,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요?

A. 중학교는 과목 수도 늘고 각 과목당 숙제 양도 급격하게 늘어나는 시기입니다. 초등 때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면 아이가 과부하를 느끼는 게 당연합니다. 지금 당장 성적보다 아이가 매일 조금씩이라도 책상 앞에 앉는 습관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잡는 편이 낫습니다. 그 습관이 쌓이면 실력이 됩니다.

지금도 저는 아이 방에 들어가서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참는 연습 중입니다. 해야 할 말과 참아야 할 말을 구분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사람이 되려면, 먼저 부모가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이제야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신뢰는 말이 아니라 기다림으로 쌓이는 것 같습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y5yIYZny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