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자녀와 대화하는 엄마와 속상한 표정의 아이를 표현한 일러스트. 부모의 말이 아이의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담은 썸네일 이미지.
사춘기 자녀 대화법 | 아이에게 상처가 되는 부모의 말

사랑해서 한 말인데 아이에게는 상처가 되는 순간이 있다는 걸, 저는 사춘기 아이를 키우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시험을 망친 아이를 위로하려다, 방청소를 시키려다, 짜증에 대응하려다 튀어나온 말들이 아이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었습니다.

"엄마 때문에 상처받았어요" — 조심한다고 생각했던 착각

사춘기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좋은 부모가 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거라 생각했습니다. 많이 사랑해 주고, 표현하고, 아이 말을 잘 들어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저 스스로도 말을 꽤 조심하는 엄마라고 믿었습니다. 화가 나도 한 번 더 순화해서 말하려 애썼고, 적어도 말로 아이에게 상처 주는 엄마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엄마 때문에 상처받았어요."

어느 날 큰아이가 조용히 던진 이 한마디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혼낸 것도, 소리를 지른 것도 아니었는데. 처음엔 이해가 안 됐고 서운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됐습니다. 사랑한다고 해서 그 사랑이 아이에게도 사랑으로 전달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요. 부모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만, 아이는 그 말을 들었을 때 느낀 감정을 더 오래 기억합니다.

부모는 "나는 그런 뜻이 아니었어"라고 말하고, 아이는 "그래도 저는 그렇게 느꼈어요"라고 말합니다. 누가 맞고 틀린 게 아니라, 같은 순간을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있을 뿐입니다.

시험 망친 아이를 위로한다는 게, 오히려 상처가 됐습니다

사춘기 자녀와 지내다 보면 위로 한마디도 조심스러워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얼마 전 아들이 시험을 망치고 방에서 울었습니다. 처음엔 괜찮다고, 시험이 전부는 아니라고 달랬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계속 울자 저도 모르게 조급해졌고, 결국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시험 잘 친 애들은 그만큼 더 열심히 했다는 거야. 불안하면 너도 더 열심히 해야지."

말을 뱉고 나서 바로 후회했지만 늦었습니다. 아이는 더 크게 울며 "엄마 미워요, 더 공부하기 싫어졌어요"라고 했습니다. 저는 힘내라는 뜻이었는데, 아이는 "결국 내 노력이 부족했다는 거네"로 받아들인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은 해결책보다 먼저, 자기 마음을 이해받고 싶어 한다는 걸 이때 다시 배웠습니다.

돌아보면 저는 늘 해결책부터 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친구와 다투면 "다음엔 이렇게 말했어야지", 시험을 못 보면 "다음엔 더 일찍 준비하자"부터 나왔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정말 필요했던 말은 "오늘 많이 속상했겠다" 한마디였습니다. 저도 힘든 일이 있을 때 누가 해결책부터 던지면 마음이 오히려 닫혔습니다. 감정을 먼저 인정받고 나야 그다음 조언도 귀에 들어온다는 것을, 순서가 바뀌면 아무리 옳은 말도 잔소리로만 들린다는 것을 아이를 보며 새삼 느꼈습니다.

"엄마한테 시험지 안 보여줄래요"

며칠 전, 큰아이가 시험지를 가져왔는데 전날 같이 공부했던 부분이 틀려 있었습니다. 별생각 없이 물었습니다. "이거 우리 같이 했던 건데 왜 틀렸어? 어디서 헷갈렸는지 말해줄래?" 혼낼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한참 말이 없다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몰라요, 기억 안 나요. 이제 엄마한테 시험지 안 보여줄래요. 또 혼낼 거잖아요."

저는 질문을 한 건데, 아이에게는 지적으로, 추궁으로 들렸던 겁니다. 이 말을 듣고서야 제 말투를 진지하게 돌아보게 됐습니다.

방청소 하나에도 제 감정이 들어 있었습니다

사춘기 자녀와 생활하다 보면 방청소 하나로도 감정이 쌓이는 날이 있습니다. 딸아이는 방청소를 정말 안 합니다. 몇 번을 말해도 그대로인 방을 보다가 결국 이런 말이 나와버렸습니다.

"이 집은 네 집이 아니야. 여기 사는 동안 잠깐 방을 빌려 쓰는 거야."

말하고 나서 스스로도 참 유치하다 싶어 창피했습니다. 아이 방을 자기 공간이라고 느껴야 더 아끼고 정리할 텐데, 오히려 소속감을 빼앗는 말을 해버린 것이었습니다. 사실 방이 더러워서 화가 난 게 아니라, 몇 번을 말해도 안 바뀌는 상황에 지쳐 있었던 것뿐인데, 그 감정을 그대로 아이에게 쏟아낸 셈이었습니다. 저처럼 방 정리 문제로 고민하고 계신다면 사춘기 자녀 방 정리 안 하는 이유 글도 함께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일은 또 있었습니다. 유머 코드도 잘 맞고 평소엔 꽤 가깝다고 느꼈던 딸이 사춘기가 되며 짜증이 늘었는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엄마한테 그럴 수 있어?"라는 말이 저도 모르게 나왔습니다. 그 말 안에는 "엄마도 속상하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아이 입장에선 죄책감만 남는 말이었을 수 있습니다. 요즘은 "엄마는 지금 조금 속상했어"라고, 아이를 탓하는 대신 제 감정을 설명하려 합니다.

칭찬도 늘 좋기만 한 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딸이 글을 잘 써서 학원 선생님이 칭찬해주셨다는 전화를 받은 뒤, 오히려 숙제를 미루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나 재능을 칭찬받은 아이일수록 그 기대를 못 채울까 봐 부담을 느낀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똑똑하다"는 말은 순간엔 기분 좋아도 다음번에 결과가 안 좋으면 스스로를 더 쉽게 탓하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그 뒤로는 "꾸준히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처럼 결과보다 과정을 더 자주 말하려 합니다.

제가 자주 했던 말, 요즘은 이렇게 바꾸려고 합니다

사춘기 자녀 대화법이라고 해서 거창한 게 아니었습니다. 같은 마음이라도 표현을 조금씩 바꿔보려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자주 했던 말과, 요즘 바꿔보려는 말을 정리해봤습니다.

예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요즘은 이렇게 말하려 합니다
시험 잘 본 애들은 더 열심히 했겠지오늘 정말 많이 속상했겠다
우리 같이 했던 건데 왜 틀렸어?어디서 헷갈렸는지 같이 찾아볼까?
이 집은 네 집이 아니야네 공간이니까 같이 아껴서 써보자
어떻게 엄마한테 그럴 수 있어?엄마는 지금 조금 속상했어
글을 정말 잘 쓰네, 똑똑하네 등꾸준히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사춘기 자녀와 공감하며 대화하는 부모를 표현한 귀여운 일러스트. 아이의 감정을 먼저 공감하고 끝까지 들어주며 함께 해결책을 찾는 대화 방법을 설명한 인포그래픽.
사춘기 자녀 대화법 | 부모의 말을 공감으로 바꾸는 방법

아이를 가장 크게 변화시키는 건 부모의 긴 설명이 아니라 짧은 공감 한마디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런 실수들을 겪으며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비슷한 말실수를 또 할 것입니다. 피곤하면 잔소리가 먼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잊지 않으려 합니다. 사소해 보이는 말 한마디가 아이에겐 오래 남는 기억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걸 아는 것만으로도, 다음번엔 조금 다르게 말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